대한민국이 월드컵으로 들썩이기를 얼마 앞둔 2001년, 어느 중학교의 음악 수업 실기 시험 시간. 어떤 학생이 일렉기타와 앰프까지 들고 교실 앞으로 나와 칠판을 등지고 무언가를 연주했고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자 다른 곡도 들어보고 싶은 학생들이 그 학생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했고 ‘블랙홀’의 ‘바람을 타고’와 ‘Skid Row’의 ‘18 & Life’, 2000년도에 개봉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 2’의 OST였던 ‘Limp Bizkit’의 ‘Take A Look Around’가 그 학생의 손에서 터져나왔습니다. 그걸 옆에서 지켜본 저는 너무나 큰 충격에 빠졌었습니다. 제가 당시 좋아했던 영화의 음악들이나 프로 레슬링 선수 등장음악들이 태어나서 처음 본 일렉기타라는 것으로 연주되는 것을 본 그 날부터 제 머릿속은 온통 기타 생각만으로 가득차게 되어버렸습니다. ‘세이클럽 기타사랑동호회’, ‘MULE’, 동네 악기점에서 받아온 카탈로그들을 보며 그 친구가 가져왔던 기타가 콜트 G시리즈의 전신인 Stellar 시리즈의 S2550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출처 : rever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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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용돈을 겨우 조금씩 모아도 콜트 기타를 사기에는 부족했던 저는 동네 악기점에서 브랜드를 알 수 없는 첫 일렉기타를 구매하여 연습하며 동네에 기타를 치는 다른 친구들과 선배들까지 사귀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기타를 연주하는 친구들이 가지고 있던 기타들을 떠올려보면 당시 유행하던 비씨리치, 아이바네즈, 카덴자, 펜더 카피, 크레이머 카피와 같은 다양한 브랜드들이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기타들은 결국 콜트였습니다. 친구들이 가진 Solo QM, Solo FR, Viva Gold, M200, X-2, GB, Curbow 등등 카탈로그에서만 보던 모델들을 직접 보며 제 기타는 콜트가 아닌 것에 아쉬워하고 있던 시기에 마침 친구가 자신의 Solo FR을 싸게 판매한다고 하여 그 기타로 첫 공연까지 해내며 몇 년을 함께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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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년이 흘러 저에게도 조금 더 고가의 다른 악기가 생기기 시작하며 Solo FR은 친한 형에게 넘어가게 되었고 10대 막바지 시절 PRS가 갖고 싶었지만 비싸서 살 수 없었기에 모양이 비슷한 미라지 시리즈 M200을 들고 공연을 했던 짧은 기간이 제가 콜트를 연주한 마지막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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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2012년 악기업계로 처음 발을 들여 낙원상가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하며 다시 콜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G250, AD810, AF510, Earth100 등 콜트의 다양한 베스트 셀러 모델들을 수년에 걸쳐 판매하게 되지만 이미 다양하고 수많은 기타들을 연주해본 저에게 콜트는 그저 제가 판매하는 아이템 중 하나 정도였습니다. 이후 직장을 옮기며 콜트를 취급하지 않는 업체에서의 근무도 있었다보니 다년간 콜트를 잊다시피 하며 지내다가 어느덧 2024년 다시 낙원상가로 돌아오게 되었고 국제미디에 입고된 악기를 확인하며 몇 년만에 콜트를 만나게 된 저는 심히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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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사양의 라인업은 늘 있어왔고 마스터피스 시리즈라는 초고가 라인업도 있긴 했지만 제가 기억하는 콜트는 그보다는 악기를 처음 시작하는 연주자들에게 보다 낮은 문턱으로 가격대에 비해 괜찮은 가성비를 제공하는 브랜드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만난 콜트는 괜찮은 가성비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가성비를 갖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좋아하는 외관을 갖추고 있어 살펴보다 사양에 놀라고 가격에 또 놀라게 된 것이죠.
과연 그만큼 사운드나 연주감도 괜찮을지 궁금해진 저는 최대한 조심스럽고 가볍게 테스트를 해보았고 그 가벼운 테스트 시간은 저에게 거의 한달이 넘는 고민의 시간을 안겨주었습니다. 저에게는 펜더, 깁슨은 물론 잭슨, 아이바네즈, 야마하 등등 아주 다양한 브랜드의 기타들을 이미 41대나 보유하고 있는데 콜트를 살 것인가, 산다면 내가 고민중인 2대 중에서 어떤 것을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매일매일 하루 종일 저를 괴롭히던 이 고민은 두달까지는 가지 못했고 결국 저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내돈내산 직접 결제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고민했던 2대가 어떤 모델이었는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콜트 G300 시리즈 Pro와 Raw 모델을 만나보시죠.
둘 중 먼저 출시되었던 건 G300 Pro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Guitar.com’에서 Editor’s Choice에 선정될뿐만 아니라 2021년도 Gear Of The Year에 펜더, 에피폰, 길드, 그레치, 잭슨의 모델들과 함께 노미네이트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영국의 매거진 ‘Music Radar’의 2021 Awards에서는 ‘뛰어난 연주감과 외관이 시선을 당기며 마치 화려한 저녁 데이트를 하는 것 같다’는 평가와 함께 일렉트릭 기타 부문 9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 Music Radar 2021 Award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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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300 Pro는 Black, Metallic Gold, Vivid Burgundy 3가지 색상으로 출시되었는데 그 중 제 눈길을 가장 확 이끈 것은 사진의 Vivid Burgundy 색상입니다. 바디는 가벼운 무게와 어떤 사운드도 잘 묻는 풍성하고 훌륭한 밸런스를 갖추어 모던한 성향, 특히 슈퍼 스트랫 타입 기타의 사양으로 검증된 목재인 Basswood와 악기 전체에 선명함을 한 층 더해주는 Maple 탑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넥과 지판은 Maple 목재를 높은 온도로 가열 처리하여 함유된 수분과 오일을 휘발시켜 더욱 견고한 내구성과 풍부한 울림을 얻을 수 있는 Roasted Maple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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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300 Pro의 큰 인기와 해외에서의 좋은 평가에 힘입어 후속작으로 출시된 G300 Raw입니다. 깊고 풍부한 중저음을 자랑하는 African Mahogany 목재로 이루어진 바디와 넥에 단단한 저음, 밝은 톤, 풍부한 서스테인을 더해주는 Walnut 탑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특히 보편적으로 무겁다고 알려진 Mahogany로 제작된 바디는 내부를 파내어 제작하는 Chambered 공법이 적용되어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며 특유의 공명감 있는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Maple 보다는 강성이 약한 Mahogany로 제작된 넥에는 2개의 그라파이트가 덧대어져 내구성과 안정성을 보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조합된 목재들이 모두 아름다운 결을 갖고 있는 만큼 목재 본연의 클래식한 멋이 드러나도록 내추럴 사틴 색상으로만 출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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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G300 모델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엄청난 사양들이 있습니다. Seymour Duncan사의 SH2N(Jazz)와 TB4(JB) 두 개의 험버커 픽업에 일반적으로 험험 조합에 많이 쓰이는 3단 셀렉터 대신 커스터마이즈된 5단 셀렉터 조합이 더해져 재즈에 어울릴 듯 따뜻한 클린톤부터 거칠고 파워풀한 게인톤까지 거의 모든 장르에 두루 사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사운드 레인지를 자랑합니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었다고 하는 Ergo-V 쉐입의 넥은, 버징을 최소화하며 코드 연주에도 솔로 연주에도 모두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12”-16”의 컴파운드 래디우스까지 더해져 진짜 만져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딱 맞는 그립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프렛 역시도 모던한 기타들의 필수 사양이라 할 수 있는 큰 사이즈의 스테인레스 프렛이 적용되어 걸리는 것 없이 매끄럽고 부드러운 연주감은 물론 프렛 마모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는 마음의 평온함까지도 느낄 수 있습니다. 넥 측면의 포지션 마크는 Luminlay 재질로 어두운 공연장에서도 잘 보이는 형광을 띄고 있어 편한 연주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간편한 스트링 교체를 위한 락킹 헤드머신이 장착되어 스테인레스 새들과 브라스 블럭의 고사양을 갖춘 CFA-III 트레몰로와 어우러져 안정적인 튜닝,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하고 풍부한 현의 울림을 전달해줍니다. 특히 CFA-III 트레몰로는 브릿지 아래가 파여있는 리세스드 타입으로 가공되어 요즘 대세인 모던기타들의 사양에 맞게 암 업도 가능하게끔 제작되었습니다.
두 모델을 비교해보면서 느낀 점은 G300 Pro 모델은 가요, 팝 계열처럼 잔잔하고 부드럽게 깔리는 깔끔한 계열에 잘 어울릴거 같았고 반면 G300 Raw 모델은 락이나 블루스 계열처럼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거친 계열에 잘 어울릴거 같다고 느꼈습니다. 펜더, 스콰이어, 스털링, G&L, 아이바네즈, 스트랜드버그, PRS SE 등 수많은 브랜드의 OEM을 제작한다는 부분에서 증명하듯 수십년간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기타의 자존심’을 내세워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지는 모델들이었습니다.
어린 학생이었던 저에게 처음 기타라는 악기의 즐거움을 알려준 콜트, 20년만에 다시 갖게 된 콜트는 이제 정말 진심으로 외국 브랜드 부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한국의 악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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